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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328 조회수 2160 작성자 연합뉴스/백도인 기자 (doin100@yna.co.kr) 작성일 2013.12.18 제목 칠순 이후 창작열 불태워 장편소설 출간

80을 훌쩍 넘긴 나이에 매년 한 권 이상의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열을 불태우는 노작가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근 장편소설 '슬픈 제국의 딸'을 펴낸 소설가 정창근(84,전북 정읍시 산외면)씨. 이 작품은 저자가 일본에서 겪은 일들을 논픽션으로 재구성한 소설로, 대한제국 시절 평화 공존을 지향하는 제국의 딸 '가을이'의 삶을 그린 것이다. 그는 이 책 외에도 현재 장편소설 4권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남한의 청년과 북한의 여성이 유럽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다 결국 파국을 맞는 '화려한 파국' 상,하권과 조선시대 통역관 홍순원의 일대기를 다룬 '마자수의 별이 되어' 상,하권을 이미 탈고하고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상태다. 80을 넘긴 나이에 매년 한 권 이상의 장편소설을 펴내는 믿기 어려운 다작 행렬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펴낸 20여권의 책 대부분을 나이 70 이후에 쓴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85년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첫 소설 `솟아난 노래'를 내놓으며 문단에 발을 디뎠으나 절친했던 문인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고 한동안 절필을 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오랜 독일생활을 정리하고 1997년 영구 귀국한 뒤 뒤늦게 글쓰기에 빠져들었다. 정씨는 "어느 날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과 가슴 속에 숨겨져 있던 글에 대한 욕망이 맞닿으면서 더는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글쓰기에 집착하기 시작하자 마음은 더욱 바빠졌고 '쫓기는 심정'으로 글에 몰입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글에 대한 애초의 구상이 끊기는 일이 점점 잦아졌고, 그래서 한번 펜을 잡으면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단숨에 써내려간 것이 다작으로 이어졌다. 정씨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5,16 이후 군정연장반대추진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민주화 운동을 펼치다 1974년 간호사로 취업한 아내와 함께 독일로 건너갔다. 전주사범학교 시절부터 '전북문학' 동인으로 활동했던 정씨는 독일로 건너간 뒤에도 고국의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깊이 관여했으며, 독일 교포 시절이던 1989년 북한 잡지에 소설 '들쥐'를 발표하기도 했다. 남북이 분단된 이후 양쪽의 문단에 소설을 발표한 유일한 국내 작가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반항적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정씨는 "그동안은 조국 통일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려고 했지만 앞으로는 단일 민족의 혈통을 보존하는 데 이바지하는 글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